1. 서론
"향기가 사라진다면, 인간의 존재도 무의미해질까?"
이 독특한 질문으로 시작하는 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범죄 스릴러가 아니다. 향기라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감각을 통해 인간의 욕망, 광기, 집착, 그리고 사회의 도덕적 위선을 적나라하게 파고든다.
이 영화는 18세기 프랑스를 배경으로 한 살인자의 이야기지만, 실은 인간 본성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심리적 잔혹 동화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작품은 시각보다 후각이 중심이 되는 드문 서사 구조를 통해 관객의 감각과 인식을 교란시킨다.
2. 배경: 원작 소설과 영화화 비하인드
**『향수』**는 독일 작가 **파트리크 쥐스킨트(Patrick Süskind)**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하며, 출간 직후부터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20개국 이상에서 번역되었고, 1985년 발표 이후 20년 가까이 영화화가 추진되었지만, 그 독특한 서사와 '향기를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어려움' 때문에 번번이 무산되었다.
그러다 2006년, 독일 감독 **톰 티크베어(Tom Tykwer)**에 의해 마침내 영화화되었고, 아름답고 동시에 소름 끼치는 영상미와 음악, 그리고 강렬한 연출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 제작국가: 독일, 프랑스, 스페인 합작
- 개봉: 2006년
- 상영시간: 147분
- 음악: 톰 티크베어 본인과 독일 영화음악 팀 '트리오'가 담당
3. 등장인물 소개
👃 장 바티스트 그르누이(Jean-Baptiste Grenouille) – 벤 위쇼
주인공이자 살인자. 악취 나는 파리의 뒷골목에서 태어나 후각이 비정상적으로 발달한 소년으로 성장한다. 향기 없는 자신의 존재에 결핍을 느끼며,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을 시작한다.
🧴 주세페 발디니 – 더스틴 호프만
노년의 향수 장인. 그르누이의 천재성을 보고 그를 제자로 받아들이지만, 이후 그르누이는 독립하여 더욱 위험한 길을 걷는다.
👑 로라 – 레이첼 허드우드
그르누이가 완벽한 향수를 만들기 위해 마지막으로 노리는 소녀. 그녀의 향기는 그에게 ‘궁극의 아름다움’으로 여겨진다.
👨👧 리치스 – 앨런 릭맨
로라의 아버지이자 부유한 상인. 딸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며, 마지막까지 그르누이를 쫓는다.
4. 줄거리 요약 (스포일러 주의)
악취 속에서 태어난 천재, 후각의 괴물
18세기 파리, 생선 시장 쓰레기 더미 위에서 태어난 그르누이는 탁월한 후각 능력을 갖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태어날 때부터 ‘자신의 향기’가 없는 존재였다. 누구에게도 기억되지 않는 무취의 인간. 그르누이는 향수의 세계에 빠지며 향기를 ‘지배’하려는 욕망을 키워간다.
향기 채취의 기술과 살인의 시작
그는 향수 장인 발디니 밑에서 기술을 익히고, 지방 도시 그라스로 향한다. 이곳에서 그는 향기 채취의 또 다른 방식인 ‘엔플루라 주(냉침법)’를 배우고, 마침내 인간의 향기를 채취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그 대상은 '젊고 아름다운 여성들'. 그는 향수를 만들기 위해 이들을 차례로 살해하고, 시신에서 향기를 추출한다.
완벽한 향수, 그리고 가장 기이한 결말
연쇄살인으로 마을은 공포에 휩싸이고, 결국 그르누이는 체포된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 살해 대상이었던 로라의 향기까지 더해 ‘완벽한 향수’를 만들어낸다. 이 향수는 사람들을 압도적인 황홀경에 빠뜨리고, 그르누이는 공개 처형 대신 영웅처럼 떠받들어진다.
하지만 정작 그르누이는 ‘자신의 향기’가 없는 존재임을 자각하며 절망하고, 결국 파리의 거지들 틈에서 자신에게 향수를 뿌려 먹히듯 사라진다.
5. 본문: 향기를 통한 인간 탐구
🌫️ 1) 존재를 증명하기 위한 광기
그르누이는 ‘자신의 향기’가 없는 무존재로 자라났다. 그는 향을 통해 ‘기억’되고 싶었고, 이는 곧 사랑받고자 하는 인간 본능의 일그러진 형태다. 향수 제작은 그에게 ‘자아 찾기’의 과정이자, 동시에 사회적 인정에 대한 병적인 갈망이었다.
🧠 2) 향기, 도덕, 그리고 아름다움의 이중성
영화는 ‘아름다운 것’이 언제든지 폭력의 대상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향기는 사람을 유혹하고 지배하는 도구로 사용되며, 그르누이의 범죄는 도덕적 선악을 넘어서 미(美)에 대한 절대적 숭배와 연결된다.
💀 3) 인간 본성에 대한 철학적 질문
결국 그르누이는 모든 것을 얻고도 ‘존재하지 않는 인간’으로 남는다. 이는 인간이 아무리 완벽함을 추구해도, 그 안에 자기 자신이 없다면 허무하다는 강한 메시지를 던진다. 영화는 한 살인자의 비극을 통해 관객에게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끝내 남긴다.
6. 주요 사건 요약
- 생선 시장에서의 출생 – 향기 없는 존재의 시작
- 향수 장인 발디니와의 만남 – 후각 기술 습득
- 그라스로 이동 – 본격적인 살인의 시작
- 젊은 여성 13명 살해 – 완벽한 향기 조합
- 로라 납치 및 살해 – 마지막 향기 완성
- 공개 처형의 반전 – 향수로 대중 조종
- 자아 실현의 절망 – 향수를 뿌리고 자멸
7. 결론: 아름다움과 혐오, 경계를 넘나드는 예술영화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는 단순한 연쇄살인 스릴러가 아니라, 감각, 존재, 인간성, 도덕이라는 깊은 주제를 품고 있는 예술영화다. 아름다운 영상과 압도적인 음악, 그리고 후각이라는 새로운 감각의 사용은 관객에게 낯선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이 영화는 **“누구나 인정받고 싶어 한다. 하지만 그 갈망이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남긴다. 향기는 곧 존재의 증명이며, 사라지는 순간 삶도 무의미해진다. 그르누이의 파멸은 결국 우리가 외면했던 욕망의 얼굴이자, 사회가 만들어낸 괴물의 최후다.
댓글